숏터뷰 EP26. 일상에서 시를 발견하는 디카시 작가
디카시 작가 이미정
좋은 이야기는 사람을 잠시 멈춰 서게 만든다.
익숙한 일상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고, 한 사람의 마음속에 오래 머물기도 한다.
이미정 작가는 글과 그림으로 그런 순간을 만들어가는 사람이다.
일상의 작은 감정과 경험을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내며, 많은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하고 있다.
이번 숏터뷰에서는 이미정 작가가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이야기와, 창작을 이어가는 원동력에 대해 들어봤다.
'하담'은 '이야기를 담다'라는 마음에서 지은 이름입니다.
저는 특별한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이미 우리 곁에 있는 이야기를 발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사소한 풍경 하나, 짧은 만남 하나에도 저마다의 이야기가 숨어 있거든요.
그 이야기들을 조용히 담아내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사실 특별한 풍경을 찾아다니지는 않습니다.
출근길 하늘,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문득 스쳐 지나가는 사람의 뒷모습처럼 누구나 지나치는 순간들이 오히려 제게는 더 큰 영감이 됩니다.
같은 풍경을 보더라도 잠시 멈춰 바라보면 그 안에 감정이 보일 때가 있어요.
저는 그 순간을 사진으로 담고, 짧은 글로 이어가는 것 뿐입니다.
저에게는 둘 다 맞습니다.
사진은 눈으로 기록하는 것이고, 시는 마음으로 기록하는 것이니까요.
사진만 있으면 풍경으로 끝나고, 글만 있으면 상상이 됩니다.
그런데 두 가지가 만나면 하나의 감정이 완성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디카시는 사진을 찍는 일보다 순간을 기록하는 일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감정이 먼저입니다.
어떤 장면을 그려야겠다는 생각보다, 지금 제 마음이 어떤 색을 가지고 있는지를 먼저 들여다보게 됩니다.
그 감정이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지고, 그 이야기가 그림이 되는 것 같습니다.
작품은 정답을 설명하기보다 질문을 남기는 것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호랑이는 강한 존재이지만, 나무 위의 까치를 보지 못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아무리 큰 힘을 가졌더라도 보지 못하는 것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죠.
제가 산속에 서 있는 여인을 그린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자연 속에 있는 제 모습을 통해 결국은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정답을 찾으려고 보기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같은 작품이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위로가 되고, 또 다른 사람에게는 추억이 될 수 있잖아요.
작품은 제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만, 결국은 보는 사람의 이야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잠시 멈추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너무 빨리 지나가다 보니 아름다운 것도, 소중한 사람도, 내 마음도 놓치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작품을 통해 "잠깐만 멈춰보세요."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 잠시의 여유가 삶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어준다고 믿습니다.
제 클래식은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시간이 흘러도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 사람의 감정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거창한 작품보다 누군가의 하루를 잠시 멈춰 서게 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렇게 제 작품이 한 사람의 마음에 오래 머문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