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그인/회원가입
  • 고객센터
  • 장바구니

브랜드는 오늘을 살아야 한다

숏터뷰 EP17. 포켓몬빵부터 K-디저트까지, 세대를 잇는 브랜드의 힘

2026-09-22
/editorial/21757/1790057884469.jpg

오래된 브랜드를 다시 발견하고 새로운 시장을 제안하는 법

삼립 마케팅전략실 김은경 상무

포켓몬빵이 돌아왔을 때 부모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꺼냈고, 아이는 새로운 놀이를 시작했다.
60년 된 정통크림빵은 ‘크림아뜰리에’에서 70~80대 어르신부터 20대, 어린이, 외국인까지 한 공간에 불러 모았다.
한편 편의점에는 프리미엄 베이커리 ‘미각제빵소’를 제안했고, 샐러드·HMR·웰니스 베이커리로 새로운 식생활의 가능성을 넓혀왔다.
김은경 상무가 오래된 브랜드와 새로운 브랜드를 대하는 출발점은 의외로 같다.
“브랜드는 항상 오늘을 살아야 한다.”
지금 사람들의 생활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고, 그 안에서 브랜드가 오늘 필요한 이유를 찾는 것이다.

Q. 포켓몬빵이 그렇게까지 잘될 거라고 예상했나요?

예상보다 훨씬 빠르고 크게 반응이 왔어요.
매장마다 빵을 기다리는 줄이 생기고, 사람들이 편의점 입고 시간을 확인하고 품절 안내문까지 공유했으니까요.
기쁘기도 했지만 책임감도 컸죠.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포켓몬빵을 매개로 부모와 아이가 함께 즐기는 모습이었어요.
예전에 포켓몬빵을 먹고 띠부씰을 모았던 세대가 이제 부모가 되어 아이와 같이 빵을 사고, 띠부씰을 뜯고, 어떤 포켓몬이 나왔는지 함께 즐기는 거예요.
부모에게는 자기 어린 시절의 추억이지만 아이에게는 지금 처음 만들어가는 경험이잖아요.
둘이 함께 즐기다 보니 어느 순간 부모의 추억과 아이의 새로운 경험이 만나 가족의 새로운 추억이 되고 있었어요.
저는 그게 포켓몬빵 열풍에서 굉장히 의미 있는 부분이었다고 생각해요.
오래된 브랜드가 과거를 기억하게 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서로 다른 세대를 연결하고 함께 새로운 기억을 만들 수도 있다는 것.
그 모습을 실제로 볼 수 있었으니까요.
물론 그런 관심이 오래가려면 추억과 화제성만으로는 부족해요.
제품의 맛과 품질이 받쳐줘야 하고, 계속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이유도 만들어야 하죠.

Q. 한편에서는 “빵보다 띠부씰이 인기다”라는 말도 나왔잖아요.

띠부씰이 제품을 집어 들게 만든 굉장히 강력한 이유였던 건 분명해요.
빵을 사고 끝나는 게 아니라 어떤 포켓몬이 나올지 기대하고, 서로 교환하고, 인증하고, 어디까지 모았는지 공유하면서 경험이 계속됐으니까요.
그렇다고 포켓몬빵의 인기가 띠부씰만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빵 자체도 충분히 맛있고 사랑받는 제품이어야 했어요.
한 번은 호기심으로 살 수 있지만, 소비자가 계속 찾고 반복해서 구매하려면 결국 제품의 맛과 품질이 뒷받침돼야 하거든요.
실제로 저희가 중요하게 본 것도 그 균형이었어요.
빵을 먹는 즐거움이 있고, 띠부씰을 열어보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있는 것.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대신하는 관계라기보다 두 가지 경험이 함께 포켓몬빵을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캐릭터, 제품의 맛과 품질, 패키지, 콘텐츠를 따로 보지 않았어요.
포켓몬빵이나 산리오캐릭터즈 빵도 인기 캐릭터를 포장지에 넣는 것으로 끝내기보다, 맛있게 먹고, 고르고, 뜯고, 모으고, 교환하는 모든 과정이 하나의 경험이 되도록 만드는 데 집중했어요.

Q. 정통크림빵처럼 60년 동안 팔려온 빵을 새롭게 만질 때는 조심스럽지 않나요?

많이 조심스럽죠. 오래 사랑받은 데는 이유가 있으니까요.
정통크림빵을 기억하는 분들에게는 그 맛과 모양 자체가 브랜드예요.
새롭게 만들겠다고 그것까지 바꿔버리면 소비자가 알고 있던 정통크림빵이 아니게 되죠.
그래서 제품이 가진 핵심은 지키되, 그걸 보여주는 방식은 훨씬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60주년에는 디자인과 서체를 새롭게 바꾸고, ‘크림대빵’처럼 기존 제품의 특징을 아주 크게 확장해보기도 했고요.
특히 기억에 남는 건 ‘크림아뜰리에’ 팝업스토어예요.
70~80대의 어르신이 지팡이를 짚고 추억의 맛을 찾아오시는가 하면, 팝업 자체를 즐기러 온 20대도 있었고, 어린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과 외국인 소비자도 만날 수 있었어요.
같은 크림빵을 두고 각자 기억하는 시간도, 즐기는 방식도 전혀 다른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인 거죠.
저에게는 그 장면이 굉장히 의미 있었어요.
오래된 브랜드가 과거를 기억하는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라, 새롭게 해석했을 때 전혀 다른 세대와 새로운 소비자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걸 직접 볼 수 있었으니까요.
오래된 브랜드를 새롭게 한다는 건 낡은 것을 새것처럼 포장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왜 오랫동안 사랑받았는지를 먼저 찾아야 해요. 그리고 그 가치를 지금 사람들이 자기 방식으로 발견하고 즐길 수 있게 만드는 거죠.

Q. 그러고 보면 익숙한 것을 다시 보게 만드는 일을 많이 해오셨네요.

맞아요. 저는 브랜드가 항상 오늘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래된 브랜드라고 해서 과거의 성공이나 추억만 계속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고 봐요.
지금 사람들이 무엇에 관심을 갖고, 무엇을 재미있어 하고, 어떤 방식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지를 계속 봐야 하거든요.
정통크림빵도 60년이라는 역사 자체만 이야기했다면 젊은 소비자에게는 그냥 ‘오래된 빵’이었을 수 있어요.
중요한 건 그 60년 안에서 지금도 유효한 가치를 찾아내고, 오늘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방식으로 다시 보여주는 거예요.
포켓몬빵이나 보름달, 호빵도 마찬가지예요. 이미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있는 제품이지만 기억만으로 브랜드가 계속 살아 있을 수는 없어요.
그 시대의 가치를 반영하고, 그 시대 사람들이 즐기는 콘텐츠로 소비되어야 해요.
그래서 저는 리브랜딩을 과거를 지우고 새롭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과거부터 가지고 있던 좋은 것을 가지고 오늘을 사는 방법을 찾는 일에 더 가깝다고 생각해요.

Q. 크보빵(KBO빵)을 만들 때도 ‘오늘 사람들이 즐기는 방식’을 고민했나요?

그랬어요. 실제로 띠부씰을 어떻게 넣을 것인가를 두고 고민이 있었어요.
가장 직관적인 방법은 구단별 제품에 해당 구단 선수의 띠부씰을 넣는 거예요.
내가 좋아하는 구단의 빵을 사면 그 팀 선수가 나오는 거죠. 팬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쉽고 원하는 선수를 얻기도 편해요.
그런데 저희는 결국 랜덤으로 가기로 했어요.

Q. 오히려 팬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도 있지 않나요?

그럴 수 있죠. 그런데 랜덤으로 해야 다른 구단의 팬들까지 서로 섞여서 즐길 수 있다고 봤어요.
내가 응원하는 팀이 아닌 다른 구단 선수의 띠부씰이 나오면 그걸 가지고 끝나는 게 아니라 누군가와 교환하게 되잖아요.
자연스럽게 다른 구단의 팬과 만나고, 다른 선수에게도 관심을 갖게 되고요.
구단별로 완전히 나누면 각 팀의 팬덤 안에서 소비가 끝날 가능성이 커요.
반대로 랜덤으로 섞으면 팬덤과 팬덤 사이에 교류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야구는 자기 팀을 열렬히 응원하는 문화가 강하지만, 동시에 리그 전체를 함께 즐기는 스포츠이기도 하니까요.
크보빵도 특정 구단의 팬만을 위한 제품보다는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서로 섞여서 놀 수 있는 제품이 됐으면 했어요.
제품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소비자가 노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오래된 브랜드를 새롭게 만드는 일도 많이 했지만, 없던 브랜드를 만드는 일도 많이 하셨죠.

네. 돌아보면 두 가지를 같이 해온 것 같아요.
이미 오래 사랑받아온 브랜드에서 지금의 가능성을 다시 찾는 일도 있었고, 소비자의 생활이 달라지는 걸 보면서 새로운 브랜드를 제안하는 일도 있었어요.
미각제빵소가 대표적이에요.
당시 편의점 빵은 가격이나 간편함을 중심으로 선택하는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편의점에서도 소비자가 조금 더 좋은 빵, 프리미엄한 베이커리를 찾게 될 거라고 봤어요.
그래서 편의점에 프리미엄 베이커리라는 콘셉트를 제안했고 미각제빵소가 만들어졌죠.
피그인더가든은 샐러드가 가벼운 곁들임에서 한 끼 식사로 바뀌는 흐름을 봤고, 시티델리는 다양한 미식 경험을 간편하게 즐기고 싶어 하는 도시 소비자의 변화를 봤어요.
Project:H는 맛있는 빵을 먹으면서도 단백질이나 당류, 영양까지 챙기고 싶은 변화에서 출발했고요.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 때도 유행하는 카테고리부터 찾지는 않아요.
사람들의 생활에서 무엇이 달라지고 있는지를 먼저 보려고 해요.
그리고 그 변화 속에 아직 충분히 채워지지 않은 게 있는지를 보는 거죠.

Q. 그러면 새로운 브랜드든 오래된 브랜드든 출발점은 비슷한 건가요?

“이게 사람들의 하루에 왜 필요한가?”예요.
새로운 브랜드라면 아직 채워지지 않은 필요를 찾는 것이고, 오래된 브랜드라면 지금 사람들에게 다시 필요한 이유를 찾는 것이겠죠.
포켓몬빵이나 크보빵(KBO빵)은 빵을 고르는 순간에 재미와 설렘을 더하고, 피그인더가든은 샐러드를 한 끼 식사로 제안하고, 시티델리는 도시의 다양한 미식 경험을 더 간편하게 즐기게 해요.
서로 전혀 다른 브랜드지만 소비자의 하루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가 먼저 분명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결국 제가 브랜드를 볼 때 가장 궁금한 건 그거예요.
이 브랜드가 지금 사람들의 하루 어디에 들어갈 수 있을까.

Q. 그래서 빵의 경쟁 상대가 꼭 다른 빵만은 아니라고 보는 건가요?

맞아요. 요즘 소비자는 제품만 구매하지 않아요.
브랜드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문화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중요하게 봐요.
캐릭터든 야구든 빵이라는 제품을 중심에 두되 사람들이 이미 좋아하고 있는 세계와 자연스럽게 연결하려고 해요.
스포츠, 캐릭터, 패션, 공간도 모두 그 대상이 될 수 있고요.
소비자가 하루 동안 보고 즐기는 콘텐츠와 경험까지 생각하면 빵의 경쟁 상대는 꼭 다른 빵만은 아니에요.
그래서 브랜드도 제품 안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Q. 앞으로 사람들이 빵을 고르는 기준도 많이 달라질까요?

이미 달라지고 있어요.
맛있는 건 기본인데 이제는 당류나 단백질, 영양 균형까지 꼼꼼하게 보죠.
그렇다고 맛없는 건강식을 먹고 싶다는 건 아니에요.
좋아하는 빵을 조금 덜 부담스럽게 먹고 싶은 거죠. 고단백·저당 베이커리를 제안한 ‘Project:H’도 그런 변화에서 출발했어요.
또 하나 관심 있게 보는 건 해외예요.
우리가 너무 익숙하게 먹어온 빵이나 디저트가 해외 소비자에게는 오히려 새로운 음식일 수 있거든요.
삼립이 오랫동안 쌓아온 베이커리 기술과 한국적인 디저트의 매력을 어떻게 K-푸드의 한 영역으로 보여줄 수 있을지도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해요.

Q. 그렇다면 20년 뒤에도 변하지 않을 김은경 상무님의 클래식은 뭘까요?

사람들의 변화를 계속 궁금해하는 거요.
저는 오래된 브랜드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찾지만, 아직 없는 브랜드를 만들 때도 결국 사람을 먼저 봐요. 지금 무엇을 좋아하는지, 생활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아직 채워지지 않은 게 무엇인지요.
그래서 오래된 것을 좋아하지만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브랜드는 항상 오늘을 살아야 하니까요.
포켓몬빵이나 정통크림빵처럼 이미 많은 기억을 가진 브랜드라면 지금 사람들이 다시 즐길 이유를 찾아야 하고, 미각제빵소나 피그인더가든처럼 새로운 브랜드라면 지금 사람들의 생활에 필요한 새로운 선택지를 만들어야겠죠.
20년 뒤에는 빵을 사는 방식도, 콘텐츠를 즐기는 방식도 많이 달라져 있을 거예요. 그래도 저는 계속 같은 질문을 할 것 같아요.
“지금 사람들은 무엇을 원하고 있을까.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새롭게 제안할 수 있을까.”
그 질문을 계속하는 것. 아마 그게 제 클래식일 것 같아요.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