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콘텐츠를 만나며 발견한, 오래 사랑받는 이야기의 조건
네이버웹툰 차하나 이사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이야기를 만난다.
웹툰을 읽고, 영상을 보고, 콘텐츠를 소비하며 웃고 울지만,
이상하게도 어떤 이야기는 오래 기억에 남고 어떤 이야기는 금세 잊혀진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시작될까.
네이버웹툰에서 수많은 콘텐츠를 만나온 차이나 이사는 늘 그 질문을 고민해왔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는 무엇이 다른지, 그리고 오래 사랑받는 콘텐츠는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
좋은 이야기는 결국 사람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말하는 그녀.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의 시선으로, 오늘날 우리가 왜 이야기에 끌리는지 그 이유를 함께 들어봤다.
사람을 움직이는 이야기들은 캐릭터가 엄청 매력적이에요.
화자, 주인공, 조연, 빌런 캐릭터의 짜임새가 단단하고 힘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캐릭터성이 좋고, 매력있는 캐릭터들의 잘 짜여진 조합이 이야기에 흡입력을 더한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세계관이 훌륭하고 플롯이 정교해도, 결국 몰입을 이끌어내는 건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이 그 세계관을 어떻게 살아내는가 이거든요.
때로는 뻔한 사건도 매력적인 캐릭터로 인해 서사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저는 모든 위대한 서사의 중심에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둘이 결국 같다고 생각해요.
일시적인 트렌드나 자극적인 소재로 반짝 시선을 끌 수는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도 계속 회자되는 작품들은 하나같이 기본기가 참 탄탄하거든요.
아니면 주관적이더라도 좋다는 느낌과 잔상을 독자나 관객들에게 주는 콘텐츠를 우리는 좋은 콘텐츠라고 생각하고 그런 것들을 또 계속 반복적으로 보게 되죠.
그래서 저는 좋은 콘텐츠가 바로 오래 사랑받는 콘텐츠라고 생각해요.
제 인생을 웹툰으로 그린다면, 아마 매 시즌 장르가 예고 없이 바뀌는… 아주 다이내믹한 작품일 거예요.(웃음)
학원물로 시작했지만 성장물과 청춘물을 거쳐 때로는 호러물이나 육아물, 치열한 오피스물까지 정말 쉼 없이 변주되어 왔거든요.
매 순간 주어지는 낯선 서사 속에서도 치열하게 나름의 흥행을 만들어왔고, 이제 한 시즌 7쯤 와 있는 것 같아요.
다가올 다음 시즌에는 또 어떤 새로운 장르가 펼쳐질지 모르지만, 계속 기대하며 다음 화들을 써내려 가보지요.
열 살 무렵인가 봤던 '컬리수'라는 영화가 있어요.
희한하게 문득 문득 자주 생각나요.
어린시절 그 영화 속 캐릭터들이 참 매력적이고 멋지다고 생각했나봐요.
그 이후에도 비디오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보고 또 봤던 기억이 나요.
이 작품이 진짜 대작은 아니고 스케일이 큰 영화도 아닌데, 어린 시절 저에게 참 무해하고 따뜻한 영화였어요.
그래서 잔상이 깊고, 가끔 그런 인간미와 사람의 냄새가 그리운 날에 종종 생각나곤 합니다.
딱 세 가지를 꼽자면 공감력, 관찰력, 그리고 표현력이에요.
일단 타인의 삶과 감정에 깊이 이입할 수 있는 공감력이 있어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기획이 나올 수 있다고 봐요.
여기에 평범한 일상에서도 특별함을 낚아채는 예리한 관찰력이 더해져야 디테일이 살아나죠.
마지막으로는 이 통찰들을 자기만의 색깔로 엮어 전달할 수 있는 표현력이 있어야만 진짜 생명력을 가진 콘텐츠로 완성할 수 있다고 봅니다.
특정 장소나 리추얼에 기대는 편은 아니에요.
대신 평소에 끊임없이 수집해요.
누군가의 말투, 낯선 공간의 분위기, 스쳐 지나가는 타인의 관점까지.
때로는 모른 척하면서 더 조용히 들여다볼 때도 있어요.
그렇게 흩어진 조각들이 머릿속에 쌓여 있다가, 어떤 계기에 건드려지는 순간 퍼즐처럼 딱 맞춰질 때가 있어요.
걷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심지어 회의 중에도요.(웃음)
아이디어는 특별한 자리에서 오는 게 아니라, 계속 켜두었던 안테나가 신호를 잡는 순간 오는 것 같아요.
요즘 대중이 가장 갈망하는 서사는 단연 '자신의 비범한 성공기'라고 생각해요.
아주 초라한 시작점에서 비범한 성장으로 이어지거나, 거대한 세력에 맞서 이겨내는 언더독의 이야기에 사람들이 유독 뜨겁게 열광하는 것도 결국 그 갈망 때문이죠.
결국 우리 모두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욕망이 있잖아요.
그런데 현실은 좀처럼 드라마틱하지 않으니까, 이야기 속에서 그 갈망을 채우는 거죠.
이미 성공한 사람의 완성된 서사보다, 아직 포기하지 않은 사람이 벽을 부수는 순간에 더 뜨겁게 반응하는 것도 그 때문이에요.
그 순간의 카타르시스가 "나도 할 수 있다"는 감각을 깨워주니까요.
저는 '조화롭다' 라는 단어를 좋아해요.
제게 20년 뒤에도 변하지 않을 단 하나의 클래식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조화로움'입니다.
기술이 아무리 빠르게 변하고 성과가 중요해져도, 결국 일을 하고 결과를 만드는 것은 사람입니다.
저는 성과와 사람이, 기술과 사람이, 사람과 사람이, 그리고 자연과 사람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도록 연주하고 싶어요.
모두가 저마다의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도 서로의 빈틈을 채워주며, 각자의 개성이 아름답게 어우러져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내는 모습 말이죠.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며 그 안에서 균형을 찾기 위해 조화로움을 연주하는 것이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을 저만의 클래식이 되었음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