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보다 먼저 사람을 관찰하는 디자이너의 시선
원츠웨이 안미정 대표
매일 새로운 제품이 쏟아지는 시대다.
기능은 점점 비슷해지고, 디자인도 빠르게 소비된다.
그런데도 유독 오래 기억되고, 손이 자주 가는 제품이 있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시작될까.
20년 넘게 다양한 제품을 디자인해온 안미정 대표는 그 답이 '사람'에 있다고 말한다.
새로운 형태를 만드는 것보다 사용자의 작은 불편을 먼저 발견하고, 보기 좋은 디자인보다 오래 쓰고 싶은 디자인을 고민하는 것.
결국 좋은 디자인은 감각이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는 태도에서 시작된다는 이야기다.
디자인은 예쁜 결과물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사람의 일상을 조금 더 편안하게 만드는 일.
안미정 대표가 생각하는 오래가는 디자인과 오래가는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저는 사람의 눈빛과 태도를 먼저 보는 편이에요.
이 사람이 진심을 다하는 사람인지, 끝까지 책임질 사람인지, 그리고 함께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사람인지 자연스럽게 보게 되더라고요.
능력은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지만, 일을 대하는 태도와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은 생각보다 빨리 드러납니다.
그래서 그 기준은 다른 사람뿐 아니라 저 자신에게도 늘 같은 질문이 되고 있어요.
사용자가 설명 없이도 "아, 이렇게 쓰는 거구나." 하고 자연스럽게 이해하는 순간이요.
좋은 디자인은 예쁘기만 해서도, 기능만 좋아서도 완성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감성, 사용성, 브랜드의 이야기, 그리고 현실적인 생산성까지 모두 자연스럽게 연결될 때 비로소 좋은 디자인이 된다고 믿어요.
결국 오래 살아남는 디자인은 보기 좋은 디자인이 아니라, 이유가 있는 디자인입니다.
오히려 가장 어려운 디자인은 칫솔처럼 너무 익숙한 제품이에요.(웃음)
이미 수십 가지가 있는 제품에서 단순히 모양만 바꾼다고 새로운 디자인이 되지는 않잖아요.
그래서 저는 제품보다 사람을 먼저 봅니다. 누가 쓰는지, 왜 쓰는지, 무엇이 불편한지, 어디에서 팔리는지까지 하나씩 들여다보다 보면 의외로 답은 그 안에 숨어 있더라고요.
새로운 디자인은 새로운 아이디어보다, 익숙한 일상을 다시 관찰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시작은 늘 불편한 순간입니다.
사용자의 불편을 발견하지 못하면 디자인할 이유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거기서 끝나면 좋은 제품이 되기 어렵습니다.
결국 마지막에는 사람들이 갖고 싶을 만큼 아름답게 완성해야 해요.
제품디자인은 기능과 아름다움 사이의 균형을 끝까지 찾아가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특정 제품보다 제 이름을 담은 브랜드를 꼭 만들어보고 싶어요.
그동안 생활용품부터 의료기기, 드론까지 정말 다양한 제품을 디자인했지만, 모두 누군가의 브랜드였거든요.
언젠가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일상에 들이고 싶은 제품을 직접 만들고, 브랜드를 키우고, 사용자들과 커뮤니티까지 함께 만들어가는 경험을 꼭 해보고 싶습니다.
좋은 디자이너는 결과물로 인정받는 사람이라면,
오래가는 디자이너는 사람들에게 다시 찾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인은 결국 결과물만 남는 일이 아니거든요.
함께 일했던 과정, 신뢰, 책임감까지 모두 기억됩니다.
감각이 뛰어난 디자이너는 많지만, 오래 신뢰받는 디자이너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걸 20년 동안 현장에서 배웠습니다.
AI는 정말 빠르게 많은 답을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무엇을 만들지보다, 무엇을 만들지 말아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건 결국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제품디자인은 예쁜 이미지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로 쓰고, 불편을 느끼고, 오래 사용할 제품을 만드는 일이거든요.
사용자의 작은 불편을 발견하고, 불필요한 것을 과감히 덜어내고, 브랜드가 전하고 싶은 감정까지 담아내는 일.
그건 아직 사람의 경험과 감각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믿습니다.
소통과 공감입니다.
예전의 저는 완벽한 결과를 위해 누구보다 예민한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면서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상대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게 됐고, 그 변화는 디자인에도 그대로 이어졌어요.
클라이언트와 사용자 모두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된 거죠.
그래서 저는 앞으로도 좋은 디자이너이기 전에 공감할 줄 아는 디자이너로 오래 기억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같은 길을 걷는 여성 후배들에게도 꼭 말해주고 싶어요.
잠시 속도가 느려질 수는 있어도, 그 시간이 결코 커리어를 멈추게 하는 것은 아니라고요.
삶에서 얻은 경험은 결국 더 깊은 디자인으로 돌아온다는 걸, 저 역시 몸소 배웠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