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트렌드보다 오래가는 '감각'을 이야기하다
한국뉴욕주립대학교 패션경영학과 정혜연 교수
패션은 늘 유행을 이야기하지만, 정혜연 교수는 유행보다 먼저 사람을 이야기한다.
어떤 옷이 잘 팔리는지보다 사람들이 왜 그 옷을 선택하는지, 어떤 브랜드가 뜨는지보다 왜 오래 사랑받는지를 먼저 들여다본다.
MaxMara MD부터 글로벌 브랜드 현장, 그리고 강단까지.
다양한 경험을 거치며 그녀가 얻은 결론은 의외로 단순하다.
안목은 책이 아니라 경험에서, 경험은 결국 사람을 관찰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
학생들에게 "교과서보다 사람을 보라"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패션은 옷을 공부하는 학문이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는 학문이라고 믿는 정혜연 교수에게 오래가는 브랜드와 스타일, 그리고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기준에 대해 물었다.
요즘 가장 반가운 유행은 오히려 제가 20대 때 즐겨 입던 스타일들이 다시 돌아오는 것입니다.(웃음)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지금 유행하는 옷 속에서 자연스럽게 제 젊은 시절이 떠오르곤 해요.
밤새 과제를 하고, 친구들과 트렌드를 이야기하며 작은 액세서리 하나에도 설레던 그 시절 말이죠.
그래서 이제는 유행 자체보다 그 유행을 즐기고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에너지에서 더 큰 설렘을 느낍니다.
유행은 반복되지만, 그 안에 담긴 열정은 세대를 넘어 계속 이어지는 것 같아요.
학생들에게 가끔 이런 말을 합니다.
"교과서만 보지 말고, 사람을 보세요."
패션은 결국 사람을 이해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차라리 카페에 한 시간 앉아 사람들을 관찰해 보라고 합니다.
어떤 옷을 입는지, 어떤 색을 고르는지, 무엇을 소비하는지를 보다 보면 그 시간이 어떤 교과서보다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줍니다.
패션은 책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결국 사람들의 삶 속에서 만들어지니까요.
한 곳을 고르기는 어렵습니다.
돌아보면 제게는 버릴 경험이 하나도 없었거든요.
그래도 가장 큰 공부를 꼽는다면, 저는 많이 보고, 많이 쇼핑하고, 많이 관찰했던 시간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학생 때부터 새로운 매장이 생기면 누구보다 먼저 찾아가 제품을 보고, 가격을 비교하고,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그 경험들이 자연스럽게 안목을 만들어줬고, MD로 일할 때도, 지금 학생들을 가르칠 때도 큰 자산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학생들에게 말합니다.
"책보다 경험을, 경험보다 관찰을 믿으세요."
결국 안목은 많이 본 사람에게 생기더라고요.
저는 디지털 감각과 글로벌 감각, 이 두 가지를 꼭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디지털 감각은 AI를 잘 다루는 능력이 아닙니다.
소비자가 디지털 환경에서 제품을 어떻게 경험하는지를 이해하는 능력이죠.
또 글로벌 감각은 언어보다 서로 다른 문화와 가치관을 이해하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중요한 건 기술이 아니라 기술을 통해 사람을 이해하는 능력입니다.
앞으로의 패션은 옷을 잘 만드는 사람보다, 다양한 사람을 이해하는 사람이 더 경쟁력을 갖게 될 거라고 믿습니다.
좋은 브랜드는 시대의 감각을 빠르게 읽는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오래가는 브랜드는 그 감각 위에 신뢰를 차곡차곡 쌓는 브랜드입니다.
트렌드는 계속 바뀌지만, 좋은 품질과 브랜드만의 태도는 쉽게 변하지 않거든요.
저는 브랜드는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약속을 파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오래가는 브랜드는 소비자의 옷장이 아니라, 기억 속에 남는 브랜드인 것 같습니다.
저는 센스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관찰하는 태도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유행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트렌드 속에서 자신에게 맞는 것을 선택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는 사람이 진짜 센스 있는 사람이죠.
결국 스타일은 옷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들에게도 늘 "유행을 따라 하지 말고, 해석하라"고 이야기합니다.
가장 큰 변화는 옷이 아니라 정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정보를 얻기 위해 직접 해외에 가고, 잡지를 사고, 매장을 찾아다녀야 했습니다.
지금은 전 세계의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만날 수 있죠.
정보는 훨씬 많아졌지만, 오히려 자기만의 기준을 갖기는 더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들에게 유행을 빨리 아는 것보다, 왜 그 유행이 생겼는지 이해하는 사람이 되라고 이야기합니다.
지금 시대의 경쟁력은 정보를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해석하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제 쇼트커트는 그대로일 것 같습니다.(웃음)
그리고 같은 옷도 액세서리 하나, 레이어드 하나로 새롭게 표현하는 스타일링도 여전할 것 같아요.
저는 오래된 옷과 새로운 아이템을 섞어 입는 걸 좋아하는데, 그 과정에서 늘 새로운 재미를 발견하곤 합니다.
패션을 오래 공부할수록 더 확신하게 된 것이 있습니다.
클래식은 변하지 않는 옷이 아니라, 변하는 유행 속에서도 자신만의 기준을 지키는 태도라는 것입니다.
20년 뒤에도 저는 유행을 즐기되, 누구를 따라 하기보다 '정혜연답게' 해석하는 사람으로 남아 있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