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을 디자인하는 브랜드
엘씨벤쳐스 대표 최지수
최지수 대표는 환경을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패션을 사랑했던 사람이다.
좋은 디자인에 설레고, 오래 간직하고 싶은 물건을 좋아했던 사람이었지만, 패션을 가까이에서 볼수록 아름다운 결과물 뒤에 남겨지는 것들도 함께 보이기 시작했다.
그 질문은 결국 '무엇을 새롭게 만들 것인가'보다 '이미 있는 것에서 어떤 가능성을 발견할 것인가'로 이어졌다.
그렇게 버려지는 자원은 새로운 소재가 되고, 지속가능성은 거창한 실천이 아닌 더 오래 사용하는 선택으로 확장됐다.
더 많이 만드는 것보다 더 오래 사랑받는 것을 고민하는 사람.
최지수 대표가 생각하는 좋은 브랜드와 오래가는 선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실 처음부터 환경을 고민했던 사람은 아니었습니다.(웃음)
저도 예쁜 옷을 좋아했고, 새로운 브랜드를 구경하는 걸 정말 좋아했어요.
그런데 패션을 가까이에서 볼수록 아름다운 결과물 뒤에 남겨지는 것들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버려지는 원단, 시즌이 지나면 사라지는 제품들, 아직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데 폐기되는 자원들.
결국 저는 옷을 좋아했기 때문에 환경을 고민하게 된 사람에 가깝습니다.
지금도 패션을 덜 사랑해서가 아니라, 더 오래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속 가능성에 닿게 된 것 같습니다.
버려지는 섬유를 처음 봤을 때보다, 그게 너무 당연한 풍경이라는 사실이 더 충격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이미 끝난 자원이었지만, 제 눈에는 아직 충분한 가능성이 남아 있는 소재처럼 보였거든요.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도 중요하지만, 이미 있는 것에 새로운 쓰임을 만드는 일도 가치 있지 않을까?'
그 질문이 지금의 일을 시작하게 만든 출발점이었습니다.
아직도 "친환경이면 디자인는 조금 포기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웃음)
그럴 때마다 속으로는 "아직 보여드릴 게 많구나."라는 생각을 해요.
저는 지속가능성과 디자인는 절대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오래 쓰고 싶고, 오래 곁에 두고 싶은 제품이 가장 지속가능한 제품이죠.
그래서 저희가 만들고 싶은 것은 '친환경 제품'이 아니라, 디자인도 좋고 오래 사랑받는 제품입니다.
결국 지속가능성도 소비자가 기꺼이 선택할 때 비로소 의미가 생긴다고 믿습니다.
환경을 너무 거창한 실천으로 생각하실 때 조금 아쉽습니다.
물론 큰 변화도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변화는 아주 작은 선택에서 시작됩니다.
오래 입을 옷을 고르고, 쉽게 버리지 않고, 한 번 더 사용하는 것처럼요.
저는 지속가능성이 불편함을 감수하는 일이 아니라, 조금 더 오래 생각하고 조금 더 오래 사용하는 습관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시장도 소비 문화도 그런 작은 선택들이 모여 바뀐다고 믿습니다.
쇼핑할 때 질문을 하나만 바꿔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예쁘다."보다 "이걸 5년 뒤에도 좋아할까?"
저는 그 질문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 생활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물건인지, 시간이 지나도 애정이 남을 디자인인지, 쉽게 질리지 않을 제품인지를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거죠.
결국 좋은 소비는 많이 사는 것이 아니라 오래 사랑하는 소비라고 믿습니다.
균형감입니다.
사업을 하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이상도 현실도 둘 다 놓치지 말자."라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합니다.(웃음)
좋은 철학만으로는 브랜드를 오래 운영하기 어렵고, 반대로 현실만 따라가다 보면 처음 시작했던 이유를 잃게 되더라고요.
디자인과 생산, 환경과 원가, 브랜드의 가치와 소비자의 선택.
그 사이에서 균형을 만드는 일이 결국 브랜드를 오래가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하면 "좋은 일 하시네요."라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우리도 같이 해볼까요?"라는 이야기를 훨씬 자주 듣습니다.
기업과 브랜드, 기관들이 함께 자원을 순환시키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기 위한 협업을 자연스럽게 시작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반갑습니다.
저는 지속가능성은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라 좋은 연결이 모여 완성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연결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설렙니다.
저에게 클래식은 특정한 디자인보다 가능성을 발견하는 태도에 가깝습니다.
트렌드는 계속 바뀌고 소재와 기술도 달라지겠지만, 버려지는 것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다시 쓰임을 만들어내는 시선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20년 뒤에도 저는 더 많이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더 오래 사랑받는 선택을 만드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오래 곁에 남는 가치. 그 기준만큼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