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의 열정으로 오늘을 디자인하다
디자이너 곽현주
누군가는 나이를 먹을수록 안정을 찾는다.
하지만 곽현주 대표는 여전히 새로운 프로젝트를 꿈꾸고, 새로운 이야기를 상상한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를 지켜오며 수많은 트렌드를 만들어왔지만, 그녀가 끝까지 놓지 않은 것은 의외로 단순하다.
좋아하는 일을 향한 열정, 사람을 향한 긍정적인 시선, 그리고 스스로를 믿는 에너지.
트렌드는 매 시즌 바뀌지만, 어떤 태도는 시간을 이긴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디자이너 곽현주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단연 자켓이요.
어릴 때부터 멋진 자켓에 대한 로망이 있었어요.
옷장 문을 열면 테일러드 자켓부터 오버사이즈 자켓까지 정말 다양하게 걸려 있을 거예요.
유행은 계속 바뀌지만 자켓만큼은 늘 저를 설레게 하는 아이템인 것 같아요.
아마 평생 입어도 질리지 않을 거예요.(웃음)
다른 사람을 포용할 줄 알면서도 자신감이 있는 사람이요.
자신감은 꼭 강한 목소리나 화려한 모습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자기 자신을 믿으면서도 타인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 그리고 함께 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 진짜 멋있는 사람 아닐까요?
나이가 들수록 그런 사람에게 더 눈길이 가더라고요.
무조건 통과죠.(웃음)
물론 지금 기준으로 보면 부족한 점도 많았겠지만, 그때의 저는 누구보다 성실했고 열정이 넘쳤거든요.
무엇보다 패션을 정말 좋아했고, 새로운 걸 배우는 걸 무서워하지 않았어요.
실력은 키우면 되지만, 열정은 쉽게 만들 수 없는 거잖아요.
물질적으로는 원단인 것 같아요.
디자이너들은 원단 욕심이 정말 많거든요.(웃음)
언젠가는 멋진 옷으로 다시 태어날 것 같아서 쉽게 버리지 못했어요.
그런데 얼마 전 이사를 하면서 과감하게 정리했더니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죠.
정신적으로는 예전보다 '실험을 위한 실험'을 조금 내려놓게 된 것 같아요.
젊을 때는 독특함에 더 집중했다면, 요즘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특별함에 더 관심이 가요.
대신 넘치는 상상력은 AI 덕분에 실컷 풀고 있습니다.(웃음)
요즘은 예전처럼 크게 긴장하는 일은 많지 않아요.
대신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거나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을 기획할 때는 여전히 설렘 반, 긴장 반의 감정이 생겨요.
결과보다 '이거 재밌겠는데?'라는 생각이 먼저 들 때가 있거든요.
아마 저는 아직도 시작하는 순간을 가장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의외로 저는 생활 습관이나 루틴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패션은 누구보다 트렌디하게 바라보지만, 삶은 오히려 안정적인 편에 가깝죠. 디자인도 마찬가지예요.
매 시즌 새로운 아이템을 제안하지만, 꼭 테일러드 자켓처럼 오래 입어도 멋있는 클래식한 아이템을 함께 디자인해요.
결국 트렌드는 바뀌어도 좋은 옷은 남는다고 믿거든요.
과장된 모습으로 자신을 꾸미는 태도요.
특히 자기 이야기는 없고 다른 사람 이야기만 하는 경우를 보면 조금 아쉽더라고요.
저는 사람마다 자기만의 이야기와 시선이 있다고 생각해요.
완벽한 사람보다 자기 취향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훨씬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에너지 아닐까요?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분들이 지금도 저를 보면 그대로라고 이야기해 주세요.
같이 이야기하면 대학생 때로 돌아간 것 같다고도 하고요.(웃음)
20년 뒤에도 저는 여전히 새로운 컬렉션을 기획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저 자신과 일을 사랑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가만히 있는 건 저랑 정말 안 어울리거든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