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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터뷰 EP14. AI 이후에도 남는 것들

마케터에서 국가AI전략위원이 되기까지

2026-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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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보다 사람을 오래 관찰해온 전략가의 시선

국가AI전략위원 류정혜

AI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말은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AI를 이야기할 때, 류정혜 위원은 조금 다른 질문을 던진다.
"기술이 바뀌어도 사람은 무엇을 원할까?" 흥미로운 점은 그녀의 출발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류정혜를 AI 전문가로 기억하지만, 커리어의 시작은 마케팅이었다.
네이버와 NHN, 토스랩, 카카오페이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거치며 플랫폼과 콘텐츠의 성장 최전선에 있었고, 지금은 국가AI전략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기술과 산업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다.
돌아보면 그녀가 관찰해온 것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해도, 콘텐츠 소비 방식이 바뀌어도, 결국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는 방식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는 믿음.
그 시선은 마케터였던 시절에도, AI 전략을 논하는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Q1. 마케터, 플랫폼 전략가, AI 전문가. 결국 류정혜 님은 무엇을 연구해온 사람인가요?

저는 늘 기술의 변화가 사람들의 일상과 경험을 바꿔나가는 모습이 놀랍고, 재밌고, 즐거웠습니다.
기술이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고, 경험이 달라지고, 그 결과 세상이 조금씩 바뀌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이 제게 늘 흥미로웠어요.
결국 기술이 사람들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 그 연결고리를 보는 데 늘 끌렸던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기술 자체보다, 테크의 새로운 생각과 아이디어들에 열광하는 사람에 더 가까웠어요.
"이 기술이 나오면 사람들은 어떻게 쓰기 시작할까?", "이건 사람들의 일상을 어디까지 바꿀까?" 그런 질문과 상상이 늘 재미있었고, 그 궁금증을 따라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마케터에서 플랫폼을 이야기하고, 지금은 AI를 이야기하게 됐습니다.
결국 제가 계속 들여다본 건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을 만난 사람들의 변화와 반응이었습니다.

Q2. 남들은 아직 못 봤는데, 류정혜 님은 먼저 보게 되는 변화의 신호가 있나요?

저는 새로운 기술보다 사람들의 사소한 행동 변화를 먼저 봅니다.
예를 들어 처음에는 "신기하네." 하며 한 번 써보던 서비스가 어느 순간 "이거 없으면 불편한데?"가 되는 순간이 있어요.
저는 그때부터 진짜 변화가 시작됐다고 생각합니다. 혁신은 발표장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자연스럽게 쓰기 시작하는 순간 완성되거든요.
그래서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성능보다 먼저 "사람들의 일상이 어떻게 달라질까?"를 상상하는 편입니다.
의외로 미래는 거창한 발표보다 작은 습관에서 먼저 보이더라고요.

Q3. 돌아보면 가장 먼저 올라탄 파도는 무엇이었나요?

인터넷이 시작될 때, 신입사원으로 처음 인터넷 업계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그게 제 커리어의 시작점이었습니다.
모바일 시대가 왔을 때는 카카오페이지라는 콘텐츠 플랫폼의 마케팅 최고 책임자로 일을 시작했고, AI 시대가 왔을 때는 신사업 분야에서 디지털 아이돌의 페르소나 AI를 만들어 보면서, 이제는 국가의 AI 정책과 AI 스타트업을 자문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돌이켜 보면 큰 변화가 올 때마다 그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이게 처음부터 의도했던 결과는 아니었어요.
다만 새로운 기술이 오면 "이걸 사람들이 어떻게 쓰게 될까?"가 늘 먼저 궁금했고, 그 궁금증을 따라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음 변화의 자리로 움직이게 됐습니다.
저는 파도를 잘 타는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오히려 호기심이 생기면 발을 먼저 담가보는 사람이었고, 그 설렘이 저를 여기까지 데려다준 것 같습니다.

Q4. 늘 변화의 최전선에 계셨는데, 반대로 끝까지 바꾸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요?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늘 새로운 것을 이야기하지만, 기준은 한 번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도 늘 같았어요.
"이게 사람들에게 정말 도움이 될까?" 기술은 어디까지나 수단이고, 사람은 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사람들의 삶을 조금 더 편리하게,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들지 못한다면 오래 살아남기 어렵다고 믿어요.
그래서 저는 변화보다 사람을 중심에 두는 시선을 더 오래 지키려고 합니다.

Q5. 지금까지 커리어에서 가장 잘한 선택은 무엇이었나요?

최근 10년 안에서 가장 잘한 선택을 꼽자면, 큰 기업으로 성장한 네이버에서 일을 하다가 2015년에 ‘잔디’라는 협업툴을 서비스하는 스타트업에 들어간 일이에요.
큰 회사에서 부품처럼 움직이는 것보다, 회사가 아직 작더라도 제가 생각하는 대로 큰 결정력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곳을 택했고, 그 1년이 지금의 저를 다시 만들었습니다.
그 이후의 카카오페이지에서의 새로운 길도, 사실 그 1년이 없었다면 존재할 수 없었을 거예요.
돌이켜보면 조직 생활을 하다 보면 누구나 어둠의 터널을 지나는 시기가 꼭 찾아와요.
그런데 그 시기는 반드시 지나가더라고요.
가장 어두운 순간을 지나고 나면 결국 새로운 빛이 보이고, 그때 제가 했던 방황과 고민, 그리고 과감한 선택들이 오히려 새로운 길을 열어줬어요.
이런 어둠과 빛을 몇 번 겪어보니, 어둠의 시기가 예전처럼 무섭게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이 조금 생긴 것 같아요.
그래서 커리어에서 가장 잘한 선택은, 결국 편한 자리를 떠나 불확실하지만 내가 직접 결정하고 움직일 수 있는 곳으로 걸어간 그 1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6. AI를 가장 오래 고민한 사람으로서, 결국 AI가 대체하지 못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AI가 끝내 대체하지 못할 것, 그리고 인간이 넘길 수 없는 지점이 두 가지라고 생각해요.
첫째는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를 시작하는 힘입니다.
이 일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어떤 의사결정을 내릴지, 어떤 가치를 선택할지 판단하는 힘이죠.
기술이 아무리 뛰어난 답을 내놓아도, 결국 인간에게서 무엇이 중요한가를 결정하는 영역이라서 이건 인간이 넘겨줄 수 없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둘째는 ‘감도’예요. 결과물이 충분히 좋은지, 아직 부족한지를 판단하고, 최종 결과를 훌륭하다고 볼지 아닐지 분별하는 힘이죠.
저는 이걸 ‘감도’라고 부르는데, 이건 AI가 아직 가지지 못한, 인간만이 하고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감도를 어떻게 키울 수 있을지 저도 많이 고민해요.
여러 경험과 고민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아웃풋을 많이 보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눈이 좋은 결과물을 충분히 경험해야, 다음에 스스로 내놓은 결과가 어디쯤 와 있는지 판단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 두 가지를 놓고 보면 결국 한 가지로 수렴해요.
기술이 어떤 일을 대신해 주든, 진짜 중요한 건 결국 ‘인간을 이해하는 힘’이라는 거예요.
무엇을 시작할지, 어떤 가치가 중요한지, 그리고 그 결과가 사람에게 충분히 좋은지를 판단하는 힘은 모두 사람을 이해하는지에서 나오니까요.
AI 시대일수록 이 힘, 그리고 이 힘을 기르는 감각이 더 중요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7.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더 중요해지는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공감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은 점점 더 많은 일을 대신해 줄 거예요.
하지만 함께 일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를 만드는 과정은 오히려 더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기술을 잘 다루는 사람보다, 기술을 통해 사람을 더 잘 이해하는 사람이 오래 살아남을 것 같습니다.
결국 미래의 경쟁력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는 힘이 아닐까요.

Q8. 20년 뒤에도 변하지 않을 류정혜 님만의 클래식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호기심일 것 같습니다.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늘 "이번엔 또 무엇이 나왔지?"보다 "이번에는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달라질까?"를 먼저 궁금해했어요.
그 호기심 덕분에 새로운 분야를 두려워하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계속 배우며 일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20년 뒤에도 기술은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일지 모르지만, 사람을 향한 호기심만큼은 변하지 않을 것 같아요.
결국 저는 앞으로도 기술보다 사람을 더 궁금해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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