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감정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
티백(TIBAEG) 대표 · 디자이너 조은애
조은애 대표에게 디자인는 새로운 유행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계절이 바뀌는 순간의 공기, 스쳐 지나가는 사람의 표정, 오래 기억에 남는 감정처럼 일상 속 작은 풍경을 옷으로 풀어내는 일에 가깝다.
그래서 티백의 컬렉션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다.
화려한 디자인보다 그 옷을 입은 사람이 더 아름다워 보이길 바라고, 런웨이보다 누군가의 일상에서 오래 사랑받는 옷을 꿈꾼다.
시간이 지나도 더 좋아지는 옷, 그리고 사람을 더 자신답게 만들어주는 디자인.
조은애 대표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의 기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저는 제 주변의 모든 풍경에서 영감을 받는 것 같아요.
전시나 좋은 공간도 자주 찾지만, 그날의 하늘 색, 스쳐 지나가는 나뭇잎, 우연히 마주친 사람의 표정처럼 아주 소소한 것들이 더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특히 계절이 바뀌는 순간을 좋아해요.
바람의 온도와 햇살의 색이 달라지는 걸 느끼다 보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이야기가 떠오르거든요.
티백의 컬렉션도 대부분 그 계절이 주는 감정에서 시작됩니다.
자연이 건네는 색과 분위기를 옷으로 풀어내는 과정이 제가 가장 좋아하는 디자인의 시작입니다.
저에게 예쁜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아지는 것입니다.
처음 보는 순간 강렬한 것보다 오래 함께할수록 더 깊은 매력을 느끼게 되는 것들이 있잖아요.
옷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옷이 먼저 보이는 것보다, 그 옷을 입은 사람이 더 빛나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가장 아름다운 옷은 사람을 돋보이게 해주는 옷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에게 사람과 이야기는 따로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디자인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건 "이 사람은 지금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라는 질문입니다.
어떤 감정으로 이 옷을 입게 될지 상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티백의 컬렉션에는 늘 사람의 감정이 담겨 있습니다.
계절은 달라도, 주제는 달라도 결국 제가 만들고 싶은 건 누군가의 마음에 오래 남는 옷입니다.
제 디자인이 국경을 넘어 공감을 받을 때도 정말 설레지만, 가장 오래 행복한 순간은 따로 있습니다.
고객분들이 옷을 입고 "생각보다 훨씬 예뻐요.", "이 옷을 입으니 자신감이 생겨요."라고 말씀해 주실 때예요.
저는 컬렉션이 런웨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일상 속에서 비로소 완성된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그 한마디가 디자이너에게는 가장 큰 선물입니다.
억지로 만들려고 하지 않습니다.(웃음)
그럴 때는 자연을 보러 가거나, 전시를 보고, 여행을 하거나 책을 읽습니다.
그렇게 잠시 디자인에서 멀어질수록 오히려 새로운 시선이 생기더라고요.
저는 디자인는 결국 삶을 관찰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감각은 책상 앞보다 삶을 살아가는 순간에 더 많이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저는 좋은 옷은 좋은 기억을 남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행을 갔던 날, 소중한 사람을 만났던 날, 특별한 하루를 돌아봤을 때 "그날 그 옷을 입길 정말 잘했다."는 기억이 남는 옷이요.
옷은 단순히 입는 물건이 아니라, 사람의 시간을 함께하는 존재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오래 기억되는 하루에는 늘 좋은 옷이 함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에게 어울리는 아름다움인 것 같습니다.
요즘은 트렌드가 너무 빠르게 바뀌다 보니,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스타일보다 유행을 먼저 따라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내 취향보다 남의 기준이 더 중요해지기도 하죠.
저는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가장 유행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패션은 누군가를 닮아가는 것이 아니라, 나를 표현하는 언어니까요.
'입었을 때 더 아름다운 옷'을 만들고 싶은 마음입니다.
유행은 계속 바뀌겠지만, 사람을 더 자신답게 만들고 자신감을 주는 옷의 가치는 변하지 않을 거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티백은 옷을 만드는 브랜드를 넘어,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 더 빛나게 하는 브랜드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있다면 컬러를 조금 더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일입니다.
"컬러는 나랑 안 어울릴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거든요.
저는 20년 뒤에도 티백이 '나를 더 환하게 만들어주는 브랜드'로 기억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것 같습니다.